6월 초엔가 국토해양부에서 ‘중고차 구입소비자 행동요령’ 이라는 것을 발표해서 주요 매스컴에서 이를 요란하게 보도한 적이 있다. 과거 소비자원에서는 중고차 소비자 피해 ‘경보 발령’이라는 것을 내린 사례도 있었다.
기가 막히는 현실이다. 중고차 유통업계에 몸 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도 참 서글프게 느껴지지않을 수 없다.
마치 여름마다 조개 등 일부 어패류에 독성 물질이 생길 경우 식약청에서 이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패류의 경우에는 주의의 대상이 독성이니 그 독성을 피하라는 의미이겠지만 중고차의 경우 그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결국 그 대상이 사기행각이고 그 사기행위의 주체는 중고차 시장내 상사대표나 딜러일 수 밖에 없는데 결국 사람을 주의하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중고차시장 사람들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주의의 대상이고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니 어찌 서글프지 않겠는가?
중고차시장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여러 형태의 불신과 우려가 전달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대포차유통, 주행거리 조작, 성능점검기록부 미교부 등 등 ..그러나 대체로 개별적인 기업이나 딜러의 욕심 혹은 부실관리에서 기인한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한 개별적인 문제도 결국 중고차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체로 일과성으로 간주되어 그냥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수 년 전 대두되어 현재까지 횡행하고 있는 허위,삐끼매물 영업의 폐해에 대해서는 그냥 일과성으로 접어두기에는 너무 심각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중고차시장의 기본적 신뢰구도를 잠식해 나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의 일반화와 쇼핑몰 형태의 광고기법 발달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정보의 제공과 그에 따른 판단과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지만 그만큼 그러한 상황과 환경하에서 무언가 한 탕을 해 보려는 세력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기망하는 기술도 덩달아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약이 되는 기술이 뿐만 아니라 독이 되는 기술도 퍼져버린 것이다.
중고차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라는 복잡한 기계의 속성과 등록이라는 법적 요식행위를 거치는 법률적 거래상품의 속성 그리고 할부 등이 필요할 수 있는 고가격 내구성 상품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복합적인 기능, 지식, 정보의 영역을 모두 알아야 되는 사업인 만큼 헛점이나 틈새를 노리는 변칙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변칙인지 불법인지 조차도 명확히 식별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 포털사이트에는 이러한 변칙적, 사기적 영업행위를 하는 업체들이 버젓이 당당하게 얼굴을 디밀고 있다. 거미가 거미줄을 쳐 넣고 무언가 먹을 것이 걸려들기를 바라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네이버나 다음에 ‘중고차’라는 키워드를 치면 스폰서링크, 파워링크 혹은 비즈사이트 소개 등의 경로를 통해 각종 중고차 쇼핑몰 사이트로 접속되게 되는데 최소 50% 이상의 사이트는 허위,삐끼매물을 이용한 사기영업성 사이트이다.
그런 변칙적 영업을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이 시장에 활개를 치고 있기도 하다. 부끄러운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중고차유통시장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끄러운 치부를 낱낱히 드러나게 해야 한다. 누군가가 그러한 환부를 도려내는 험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허위,삐끼 영업의 구체적 실태에 대해 좀 자세히 살펴 보기로 한다.
1. 허위,삐끼 매물영업의 개념
허위매물이란 글자 그대로 있지도 않은 중고차가 마치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듯이 허위로 광고되는 가공의 중고차상품을 말한다. 삐끼 매물이란 중고차 매물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그 매물의 소유자정보, 상품내역 및 가격 등이 사실과 다르게 광고되는 것을 말한다.
허위매물은 보통 소비자들의 관심 및 선호도가 높은 차종을 타겟으로 한다. 이러한 차종으로서 과거에 광고가 게재되었었거나 지금 광고 중인 차량을 인터넷 공간에서 캡쳐를 한 후 주행거리를 짧게 축소 수정하는 등 포토샵 수정작업을 거쳐 매물 디렉토리를 만들어 놓은 후 자신들이 직접 사용하거나 이러한 매물정보를 필요로 하는 전문업자에게 판매를 하는 것이다. 한 때는 일부 매매단지에서 이러한 가공의 매물정보가 수록된 CD가 유통되기도 했다.
삐끼매물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이용되는 모든 형태의 광고매물을 지칭한다. 사실 허위매물도 결국은 삐끼매물의 한 형태일 뿐이다. 목적 자체가 고객을 유인해서 판매를 하거나 기타 금전적인 수익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면 결국 허위나 삐끼나 같은 부류의 수단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구분이 그리 명료한 것 같지도 않다. 삐끼라는 말은 일본어의 “끌다,유인하다”라는 말에서 기인된 것으로 고객의 관심이나 흥미를 유발해서 전화가 오게 만들거나 매장에 내장하게 만드는 모든 유인행위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별 옵션도 없는 속칭 ‘딸랑이’(최저가 기본형 모델) 차량에 대해 풀 오토에어컨에 선루프, 네비게이션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주행거리가 18만 키로의 차량을 8만 키로로 광고하는 행위 혹은 1000만원 짜리 차량을 400만원으로 광고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삐끼 행위라 할 것이다 .
일부 선량한 사람들은 반문할지도 모른다. 주행거리를 줄이거나 옵션을 부풀리거나 판매가격을 조정해 광고하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될 사안이냐고… 정도의 문제이지 일반적인 상행위에도 어느 정도 그런 유인적 문구나 행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러나 실제로 중고차시장에서 목도되고 확인되는 허위나 삐끼의 사례는 그러한 일반적인 상식의 관용 범위를 훨씬 뛰어 넘는 악의적이고 해악적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적 반복적으로 변칙적인 유인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그러한 변칙행위의 주체들과 운영 방법 등을 살펴보면 과연 그러한 행위가 일반적인 상술로 간주될 수 있는지 아닌지 구체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2. 변칙행위 횡행의 배경
중고차시장에 이러한 변칙적 영업행위가 왜 횡행하는 것일까.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중고차시장 내에 구조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정보의 비 대칭성”이라는 속성에서 기인한다 할 것이다.
중고차를 판매하는 사업자 측과 구입하려는 소비자 측간에는 중고차의 거래에 관련 거래 정보 즉 품질(기능적 정보)과 가격(가치적 정보)에서 판매자 측이 훨씬 우위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을 중고차라는 상품에 대해서 고민하고 연구하고 대화를 나누는 사업자 측과 몇 년에 한 번 정도 잠깐 신경을 쓰는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는 정보의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하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원시적 시장에서는 사업자들이 본능적으로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이용해서 이윤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허위 삐끼영업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적 속성을 아주 악의적으로 확대 활용하는 사례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정보의 비 대칭 상황이 계속 방치된다면 그 속에서의 거래상의 불리함을 예견한 소비자들은 더욱 더 시장을 불신하게 되고 결국 쓰레기 같은 중고차는 중고차시장에서 처분하려 하고 양질의 중고차는 별도의 경로를 통해 처분하거나 사려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 혹은 왜곡이용이 중고차시장의 황폐화를 가져오므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러한 비대칭성 이론을 최초로 발표한 애컬로프 교수가 제안한 시스템이 소위 “경고(Signaling) 제도”였다.
즉 판매자가 구입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무언가 거래관련 정보를 공개하거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여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양질의 중고차도 시장에 팔려고 하고, 좋은 중고차에 대해서는 평균 이상의 가격을 지불 할 수 있도록 해야 중고차시장도 일반 시장과 같이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이론이 공표된 것은 1970년대 였으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Signaling 제도가 제도적으로 구체화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시행한 중고차에 대한 성능점검내역 의무고지제도였다.
이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는 못했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할 정신인 것 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횡행하고 있는 허위,삐끼 영업행태는 위와 같은 시대적 추세에 역행하여 중고차 유통시장을 고전적 형태의 난전으로 회귀시키는 아주 해악적 행위이다. 오염된 물을 사람들이 절대 마시려 하지 않듯이 허위 삐끼매물로 오염된 중고차시장을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칙시스템이 확대 재생산된 데에는 기타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다. 중고차 유통시장의 주수익구조가 매매차익 혹은 알선수수료로, 워낙 단순하다보니 무언가 획기적인 수익구조를 찾으려 하는 주체들에게는 정상적이 아닌 변칙적 방법을 통해서라도 무언가를 해 보려는 심리가 있다 할 것이다. 할부매출의 극대화와 그를 통한 최고율의 할부리베이트 극대화는 그러한 전술의 일환이다. 허위 삐끼영업 행위에 대한 저간의 이런저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런 업체들이 오늘에도 집요하게 그러한 변칙 영업행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고율의 할부수수료 지급 시스템 때문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기존 시장참가자들의 암묵적 동의도 변칙 영업행위가 크게 오랫동안 지속되게 해온 원인중의 하나이다. 허위, 삐끼영업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와 항의 빈발 그리고 소비자들의 불신이 극심해지고 있는 것을 눈 앞에 보면서도 기본 매매업체들은 그에 대해 적극적인 제어를 하려 하지 않는다. 굳이 내가 나서서 욕 먹기 싫다는 일반적인 심리도 있지만 좀 더 심각한 것은 그러한 변칙,삐끼 행위를 통해 내 마당의 재고가 판매되고, 회전율이 높아지고 나아가 매매단지의 활성화를 가져온다고 믿는 사업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기적, 소아적 심리가 있기 때문에 내적 자정시스템이 발동하지 않고 변칙과의 공존을 통한 평화(?)를 선택하는 이상한 결과가 야기되어 온 것이다.
3. 운영의 주체
이러한 변칙적 허위,삐끼 영업을 사업적으로 운영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어디 어디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누구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는 여러 가지 사정상 쉽지 않다. 여러가지 정보를 취합해서 판단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추론이 된다.
대략 중고차 유통업계에 입문한지 5~10년 정도 경과한 35~40대 연령층의 남자로서 나름대로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중고차딜러 경력을 거쳤으며 현재 중고차매매상사를 운영하고 있고 아울러 할부 에이젼시를 겸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변칙영업에 따른 만일의 행정적,사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해 사업장 주소를 수시로 변경하거나 사업자 명의도 제3자 명의로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변칙 영업행위를 하는 사업자끼리는 상호 경쟁의식도 있지만 이권보호를 위해 수시로 회동하거나 단속 정보를 교환하는 등 상호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의 리더는 특히 할부나 보험업계의 동향에 정통하고 있으며 영업인력 네트워크의 유지 및 육성을 위해 나름대로 수시로 사기진작 행사를 진행하거나 인적인 관리에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허위삐끼 전문 딜러들은 복장이나 외관에서도 특이한 점을 유지하고 있다. 한 겨울에도 반팔소매 ,반바지를 입기도 하고 팔뚝에 험악한 문신을 새겨 이를 그대로 노출시킴으로서 고객에게 위압감을 주어 저항심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기도 하다.
4. 운영의 형태
허위 삐끼영업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형태를 갗추어 운영되고 있다. 자금의 동원,인력의 충원 및 육성,관리 그리고 여신회사(캐피탈)와의 네고를 담당하는 것은 보통 조직의 리더(대표)의 역할이 다. 리더 밑으로는 5~20 정도의 인력을 관리하는 팀장급 중간관리자가 있으며 이들은 보통 소속팀원들과 거취를 같이하기도 한다. 그래서 종종 A회사의 직원들이 집단으로 B 회사로 이동하는 경우도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중간 관리자는 향후 독립하여 개별적으로 소수의 인력과 세를 규합하여 별도의 허위,삐끼 영업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신입사원들은 처음에는 조직에의 적응을 유도하기 위해 소정의 기본급여를 지급하기도 한다. 일반 매매상사의 신입 딜러들이 아무 기본 급여를 받지 않고 출발을 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좀 유리한 취업 조건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출퇴근 시간이나 교육 혹은 영업상의 행동 지침과 관련해서 상당히 엄격한 통제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기능과 경험이 체득되면 개별적으로 독자적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화번호나 홈페이지의 배너를 배정받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본인의 수익 중 일부를 광고비로 조직의 대표(리더)에게 입금을 하게 된다. 혹은 이들이 이룩한 할부 매출의 리베이트 중 일부를 입금형태로 차감하여 수취하기도 한다.
허위나 삐끼 영업조직이 네이버나 다음 등 유력 포털 키워드 광고의 최상단에 당당히 광고를 할 있는 구조는 바로 이러한 집단 입금구조 때문이다. 인당 입금액이 50만원만 되어도 조직원이 50명이면 이천오백 혹은 조직원이 100명 이라면 5천만원의 매월 정기 입금액이 발생하게 되므로 이러한 자금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키워드 광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언론에 수차 보도된 대로 이들 조직원들은 나름대로 개인별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
종합적으로 시나리오를 지휘하는 팀장, 그 밑에 허위광고 매물을 선정하고 포샵을 하고 각종 미끼성 멘트를 작성하는 광고담당자 그리고 고객이 찾아오면 안내를 하고 작업을 거는 현장담당자 이렇게 3인 1조가 되어 있는 것이 표준적인 형태인 것 같다. 보통 매매상사에 가 보면 외근을 나가거나 외부로 영업을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이와는 달리 좁은 방안에 20~20명의 젊은이들이 하루 종일 PC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전형적인 허위삐끼 영업소가 아닌가 의심을 해도 좋을 것이다.
이들의 허위삐끼영업을 하는데 음성적인 지원을 하면서 수익을 얻는 업체들도 있다 한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제시,매도 시스템 혹은 단지별 재고공유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O 사와 C사가 매물데이터를 몇 백 혹은 몇 천대 단위로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타 이들이 하는 구체적 변칙영업행태는 KBS의 소비자고발 등 이미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 거론은 하지 않기로 한다.
5. 수익확보 방법
이들의 수익확보 경로는 알선에 따른 알선 차익과 할부매출에 따른 할부 리베이트이다.
허위삐끼 전문업체는 매입매출거래에 따른 정상 수익의 확보가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매입매출 거래 비중이 낮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부의 부정적 시각에 대처하기 위해 정상 영업을 하는 사업부와 허위삐끼 사업부를 병행하여 운영하는 형태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알선에 따른 알선차익의 수취는 다른 정상적인 딜러와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단지 순수하게 알선을 기도하는 경우라면 팀 단위의 운영비용이나 배분을 위한 수익확보 차원에서 판매가격을 매우 비싸게 제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이들은 정상정인 매매상사에서 1000만원 정도에 판매하는 차량이라면 보통 1100만원 혹은 그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주 수익확보 경로를 할부 리베이트로 설정한 경우에는 좀 전개가 달라지게 된다. 고객의 중고차 구매방법이 할부일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이들은 다소 저렴한 가격수준으로 판매가격을 설정하기도 한다. 할부구입 계약이 확정되면 할부약정액의 5~7% 수준을 리베이트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업체의 경우에는 아예 판매의 방법을 할부구매로 한정해서 고객을 유치하거나 판매가격을 설정해 놓는 경우도 있다 한다. 이 경우 고객이 할부가 아닌 현금조건으로 차량을 구입하려고 요구하면 아예 그 고객에게는 그 차량을 판매할 수 없다고 거절하는, 웃지 못할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대개 여신전문사(캐피탈사)의 누계 할부매출액별 할부수수료 지급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매월 10억원 혹은 30억원 등 할부매출 목표액을 설정해 놓고 팀 단위로 목표와 역할을 분담해서 치열하게 작업에 임해나가는 것이다. 최근 거리 곳곳에서 중고차 할부구입을 유도하기 위한 문구가 적힌 각종 플래카드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데 혹시 이 중 일부는 허위삐끼 영업조직에서 내다 건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6. 문제점
▲ 소비자들의 피해 및 불신 확대
허위삐끼영업의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선량한 서민층 소비자들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고 절약하려고 경상도에서 혹은 전라도에서 교통비와 시간을 들여 큰 맘 먹고 올라온 서민층 소비자들이 허위삐끼영업의 실상에 대해 표출하는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이들에게 잘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은 대체로 부녀자들이나 나이든 노년층들 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법이고 상식이고가 먼 이들 서민,노년층에게 자행하는 허위삐끼영업은 단순한 사기행각이 아니고 가히 집단적 폭력일 수가 있는 것이다.
▲ 시장내 영업분위기 저해
매매단지별로 어느 매매상사가 허위삐끼 전문업체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고객과의 분쟁이 벌어져 경찰관이 출동하는 등 전체 매매단지가 시끄러워지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매매조합이나 기타 허위영업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클레임을 보면 아주 정확하게 어느 업체가 허위삐끼 전문업체인지를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단지내에 이런 업체가 한 두개 영업을 하고 있으면 그 단지차원의 홍보나 이미지 개선 활동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으며 전체적 시장분위기도 형편없이 되지 않을 수 없다.
▲ 중고차 유통에 대한 신뢰기반 상실
중고차시장이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사가 아닌 경영, 그리고 가업의 틀을 뛰어넘는 기업의 형태로 업 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고차거래의 주체와 운영 프로세스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허위삐끼영업의 폐해는 지대하다 할 것이다. 바로 중고차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신용을 기반으로 형성 되어져야 하는 여러 유통지원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할부매출수수료를 주 수익모델로 하는 변칙업체들이 계속 변칙행위를 지속한다면 정상 할부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우려할 점이다.
7. 법적 제도적 방지 장치
허위삐끼영업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법률조항은 자동차 관리법 제 58조 3항과 시행규칙 제 120조 4항이다
※ 자동차관리법 제58조(자동차관리사업자의 고지 및 관리의 의무 등)
③ 자동차매매업자가 인터넷을 통하여 자동차의 광고를 하는 때에는 자동차 이력 및 판매자정보 등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게재하여야 한다
※ 자동차관리법 제80조(벌칙)
7의2 제58조제3항을 위반하여 자동차이력 및 판매자정보를 허위로 제공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 120조
④법 제58조제3항에서 "자동차의 이력 및 판매자정보 등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말한다
1. 자동차등록번호, 주요제원 및 선택적 장치에 관한 사항
2. 자동차의 압류 및 저당에 관한 정보
3. 별지 제82호서식의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
4. 중고자동차 제시신고번호
5. 자동차 매매업자, 매매사업조합의 상호, 주소 및 전화번호에 관한 사항
6. 매매사원의 사원증번호 및 성명에 관한 사항
이러한 법률규정에 따르면 허위삐끼 영업행태의 상당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갖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판매가격을 터무니 없이 낮게 게시하는 행위에 대한 명시적 처벌 근거규정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라 할 것이다.
8. 향후 전망
허위삐끼 등 변칙행위에 대한 사회적 압박은 계속 가중될 것이다. 당분간 소비자들의 피해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대응해서 허위삐끼업체들의 음성적 영업형태도 계속 지속되거나 혹은 방법을 다소 바꾸어 변종형태로 시도되기도 할 것이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사기성의 정도를 좀 완화해서 모호한 형태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고율의 할부 리베이트가 존재하는 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변칙업체들은 무언가 틈새를 노려 시도를 할 것이다.
정상적인 중고차 비즈모델의 경쟁력이 취약한 측면을 이들 변칙업체들이 끊임없이 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하에서도 아무 대책이 없는 것일까? 무슨 최소한의 자구책이라도 시도해 보아야 되는 것이 아닐까?
9. 대응책
현재 허위삐끼형태의 변칙영업에 대해 그나마 가시적인 근절 노력을 하고 있는 주체는 국토해양부이다. 작년 11월부터 시행된 인터넷 광고시 사업자의 각종 표시의무 및 처벌 강화 그리고 금년 6월에 공표한 중고차 구입시 소비자 행동요령도 국토해양부의 의지의 산물이다.
법령의 규정대로 시행이 되도록 이행을 강제하는 실무 관청 즉 시,군,구청서도 최근에는 상당히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피해사례가 신고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방치하지 않고 불법,변칙사례에 대해 행정적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과태료 부과만이 아닌 영업정지 이상의 실효적 행정벌을 가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 이지만 이 사태에 대해 가장 수수방관하고 있는 주체가 중고차 유통업계인 것 같다. 사태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고 구체적인 근절방법에 대해서도 대책의 강구가 가능한 것이 중고차 유통업계이지만 이들이 무언가 대책을 찾기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일이 별로 없다. 가재는 게 편이라는 식의 무조건적 감싸안기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중고차시장 내부에서부터 자정의지의 표출 및 구체적 근절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허위삐끼업체들이 현실적으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억제적 행동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의 행위가 상술의 일종이 아닌, 사기적 행위이고 반시장적 행위임을 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허위삐끼업체들도 중고차 매매업체인 만큼 어느 특정 매매단지 내에 입주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도 매매사업 조합이나 지부 혹은 운영 위원회에 가입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하는 행태가 해당 조합이나 단지에 혹은 전체 중고차시장에 해를 끼치는 것이 분명하다면 조합이나 운영위원회는 이들 업체의 회원자격을 박탈하거나 영업행위에 제약을 가해야 할 것이다. 변칙행위의 직접 자행 중고차딜러에 대해서는 매매사원증을 회수하거나 갱신발급을 해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이지만 중고차시장에서 이 만큼 강력한 제재는 없다. 명분이 있고 시행에 효과가 있는 방안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광고포털 회사에 대해서 선별적으로 광고를 수주하도록 촉구하는 것도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허위삐끼의 덧에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적 목적으로 광고를 수주하는 회사에 대해 누구누구의 키워드광고는 받지 마라고 한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해당 포털 광고회사의 소비자보호 관련 부서에 해당업체의 구체적인 변칙행위 운영사실을 적시하면서 광고수주를 제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방법을 찾아보면 어떤 대안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허위전문 사이트에 대한 감시와 특별관리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지고 대외적으로 공개되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소비자원 등에서 이런 업체를 특별관리 함으로써 마치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제도를 통해 가상의 성범죄자 후보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는 효과를 거두고 있듯이 그런 유사한 효과를 거두어 보자는 것이다. 중고차쇼핑몰의 운영과 관련해서 명의 대여자와 실 운영자를 다르게 하여 법망을 피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종의 실명제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규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매물데이터를 유상으로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가 있어야 한다. 차량의 소유주나 매매수임자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고 데이터화해서 판매하는 행위자체가 우선 불법이기도 하고 그러한 매물데이터가 품질이나 가격정보가 왜곡되어 유포됨으로써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적어 보기는 했지만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중고차업계 내부의 감시와 후속적인 자정노력이다.
밥 한끼 얻어 먹고 훌쩍 떠나가는 나그네에게 그런 노력을 부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고차시장을 내 필생 생업의 현장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은 달라야 한다.
주인의 마음으로 현실을 보아야 한다.
지금 나는 주인인지 혹은 나그네인지 한 번 생각해보자.
2012.6.18일 월미도에서 신현도.